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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구중인 숭례문, 건설용 폐자재, 인화물질, 담배꽁초 곳곳에 널려
제2의 숭례문 화재 우려
종묘, 유통기한 10년 넘은 소화기 다량 비치, 소화기 점검표도 없어
경기 여주 소재 보물180호 ‘조사당’, 소화기 안전핀 뽑혀 있고 소화전 문은 고장
숭례문 화재 이후 중요 국보?보물, 궁능 등 143건에 대해 우선적으로
상주인력 배치, 소화장비 설치 등 예산 170억 배치
하지만, 실상은 딴판, 문화재 화재에 대한 안전 불감증 여전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문화재 방재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복원중인 숭례문이 화재에 노출되어 있는 등 보물급 이상 문화재의 방재대책이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경기 용인 수지)실이 지난 9월 26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서울 4대문과 종묘 및 궁궐, 그리고 지방의 보물 소장 사찰 등을 탐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ㅇ 숭례문
9월 28일 숭례문 복구과정 관람을 신청하고 숭례문을 둘러본 결과 화재 위험이 매우 높았다. 복구현장에는 포대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포대 속에는 건설용 폐자재가 담겨있는가 하면, 숭례문에서 떨어져나온 것으로 짐작되는 나무판자들도 보였다.
또한 곳곳에 인화성 물질인 페인트와 건설자재용품들이 방치되어 있었다. 점화하면 당장에라도 불이 날 지경이었다. 놀랍게도 담배 꽁초가 곳곳에 널려있었다. 주변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들도 많이 목격되었다. 이들은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았다. 또한 인부 혹은 노숙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잔디밭에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누워있었다.
이처럼 화재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는 매우 부실했다. 6대가 비치되어야 할 소화기함에는 3대의 소화기만 비치되어 있었고 숭례문 앞을 2명의 관리인이 지키고 있으나, 관리인은 제자리에 있기 보다 숭례문 앞 간이숙소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았다. 숭례문을 복구하다가 제2의 숭례문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ㅇ 종묘
9월 27일 종묘의 방재현황을 점검한 결과, 소화기 불량이 심각했다. 한 건물마다 소화기가 4대에서 많게는 6대까지 비치되어 있어 문제가 없는 듯 보이나, 유통기한이 10년이 넘은 소화기가 많았다. 재궁 어재실 뒤편 소화기는 95년에 제조되었고, 종묘 본 건물 소화기는 97년에 제작되었다.
<재궁 어재실 뒷편 소화기, 95년 제조 > <종묘 본 건물에 있는 소화기, 97년 제조>
소화기의 정상유무를 점검하는 점검표가 없는 소화기도 많았다.
관리자는 수시로 자리를 비웠고, 종묘 본 건물에 올라가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만, 올라가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다. 방화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었고, 화재가 나도 쓸 수 없는 소화기가 가득했다.
ㅇ 경기도 여주 소재 조사당(보물 180호)
서울 인근에 소재한 보물급 목조건물의 방재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9월 28일 경기도 여주에 소재한 보물 180호 조사당을 방문했다. 조사당 자체는 관리상태가 양호하였다. 하지만 소화체계의 문제가 심각했다. 조사당 바로 옆에 비치된 소화기는 안전핀이 뽑혀 있었고 옆 소화전의 문은 아예 고장 나서 돌로 고정시켜 놓은 상태였다. 돌을 치우면 문이 활짝 열렸다. 소화전 내부의 장비를 계속 만지작거려도 누구 한 명 제지를 하지 않았다. 화재시 속수무책이었다.
<안전핀이 뽑힌 조사당의 소화기> <문이 고장 나 열려있는 소화전함>
문화재청은 숭례문 화재 이후 국보?보물, 궁능 등 143건에 대해 우선적으로 주야간 상주감시인력을 배치하고 소화장비를 설치하도록 하면서 예산만 무려 170억원을 배정했다. 특히 이 가운데 종묘와 여주 조사당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대해 한선교 의원은 “숭례문 전소로 온 국민이 분노와 슬픔에 빠졌던 것이 겨우 8개월 전이다. 당시 정부는 화재 등 재난에 취약한 목조 문화재 방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다짐했고, 현재는 숭례문 화재일을 ‘문화재 방재의 날’로 제정하고자 추진 중이다. 그런데 복원중인 숭례문은 화재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고, 종묘에 비치된 소화기는 제조한지 10년이 넘은 소화기들이었다. 정말 경악이다. 종합방재체제를 구축하면 무엇하나? 실상은 완전 딴판이다. 탁상공론식 행정을 정말 멈추고, 문화재청장부터 소속 전 공무원이 현장을 나가 눈으로 확인하기 바란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