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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정책위 공식 논평 및 보도자료입니다.

정치개혁을 위한 상향식 공천의 올바른 방향 1
작성일 2003-10-31
(Untitle)

 

정치개혁을 위한
상향식 공천의 올바른 방향


                                강  원  택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1. 서

 

  지난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정치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높아졌다. 3김씨로 대표되는 과거의 정치는 지역주의를 볼모로 정당을 사당화(私黨化)하였고 정당은 사실상 정당 지도자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따라서 정당이 정치과정상에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정책 결정과정에 반영하거나 혹은 국민의 참여를 통해 새로운 인물을 정치권으로 충원하는 교과서적인 의미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국회의원들 역시 공천권을 장악한 정당 지도자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바쳤고 개별 의원들의 자율성이나 독립성은 허용되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정치개혁을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정이나 정치자금법 개정과 같은 정치적 경쟁 규칙을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바꿔야 할 뿐만 아니라 정당 내부의 개혁 역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정당 민주화는 국회의원이라고 하는 정치 엘리트의 자율성을 회복시켜 줄 뿐만 아니라 정당이 시민사회와 국가를 잇는 정치과정상 가교로서의 역할을 회복할 수 있게 해 주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이 정당 민주화가 중요하다는 데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면서도 그 동안 각 정당에서 정당 민주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은 현실적으로 이러한 정치 개혁이 말만큼 그리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정당 민주화를 비롯한 정치개혁이 그동안 무성했던 논의에 비해 제대로 이뤄진 것이 없는 까닭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한 원인은 현역 의원들을 비롯한 과거 체제에서 기득권을 갖고 있는 집단이 정치개혁을 통한 공정한 경쟁 규칙의 확립으로 인한 기득권의 상실에 대해 거부감을 갖거나 변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며, 또 다른 원인은 정당의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기여하려는 소위 진성 당원의 존재를 비롯하여 정당 민주화를 위한 하부구조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고려하면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정당 민주화, 특히 상향식 공천의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한다. 

 

2. 정당 공천 방식에 대한 이론적 검토 여기서의 논의는 강원택 (2003) “정당의 공직 후보선출과 당내 민주화”. 심지연 편.  『현대 정당정치의 이해.』 백산서당, pp. 241-245를  참조한 것임.


  정당 공천의 방식은 여러 가지 기준에 의한 구분이 가능하겠지만, 선출과정에 참여하는 참여의 폭, 즉 참여의 민주성, 개방성 정도와 자격 요건을 어느 정도로 엄격하게 정할 것인가 하는 자격 요건의 개방성의 정도에 의해 크게 나눠볼 수 있다.

 

(1) 참여의 정도

  정당의 공직 후보 선출의 민주성, 개방성 정도는 우선 누가 선출권을 갖느냐 하는 기준에 의해 살펴볼 수 있다.  오늘날 우리 정치권에서의 주된 관심 역시 어느 정도의 참여를 보장할 것인가 하는데 모아져 있다.

  정당 지도자의 선출 방식이 보다 개방적인 형태가 된다는 것은 선출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직 후보 선출에 대해 당수 1인이 전권을 행사한다면 그 정당은 가장 폐쇄적인 공직 후보 선출 절차를 갖는 것이며 반대로 유권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면 가장 개방적인 형태를 갖게 될 것이다.  선출과정이 개방적이 될수록 공직 후보 선출 과정에서 정당 엘리트의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고 그만큼 일반 당원들의 영향력이 증대되고 선출과정에서 정당 엘리트들이 예상하지 못한 의외의 결과가 생겨날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
  이처럼 ‘누가 선출권을 갖느냐’라는 기준에 따라서 공직 후보 선출 방식을 구분하면 처럼 나눠볼 수 있다. 

 

 당수에 의한 공직 후보 결정은, 정당의 지도자 1인이 모든 공천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를 말하며 우리가 경험한 대로 매우 비민주적이고 가장 폐쇄적인 형태이다.

  비선출직 당 기구(non-selected party agency)는 당수 1인이 결정하는 경우에 비해 공직 후보 결정에 참여하는 인원수는 다소 늘어나지만 당내 각 계파의 보스들, 혹은 신생 정당이라면 창당에 기여한 당 중진들, 혹은 당 원로들이 모여 누구를 출마시킬 것인지 결정하는 경우이다.

 

  당수 1인이나 비선출직 당 기구에 의해 공직 후보 결정이 이뤄지는 경우는 민주주의가 확립된 국가의 정당에서는 찾아보기 쉬운 경우는 아니지만, 영국 보수당은 1960년대까지 전임 당수가 당의 중진들과 협의하여 사실상 후임 당수를 결정해 왔다.  <그림 1>의 분류에 따르면 당수 1인에 의한 결정과 비선출직 당 기구에 의한 결정의 중간 정도의 위치에 해당하는 사례이다.  과거 미국 대통령 후보 선정과정에서 지역의 당 간부들이 모여 후보자를 결정한 코커스(caucus)의 방식 역시 비선출직 당 기구에 의한 결정의 한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선출직 당 기구(selected party agency)는 당원들의 결정에 의해 선출된 인물들로 구성된 당 기구, 예컨대 당 집행위원회나 중앙위원회 혹은 지구당이나 소속 하위 집단의 대의원들이 참여하는 전당대회에서 공직 후보를 선출하는 경우이다.

  당원에 의한 선출은 당원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전당대회라든지 혹은 우편투표, 인터넷 투표, 혹은 각지에 투표함을 배치하여 당원들 모두가 공직 후보 선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이다.

  당수나 선출직 당 기구의 경우보다 당원 모두의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개방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로 강한 자격 요건을 부가하느냐에 따라 개방성의 정도에 차이가 생겨날 수 있다. 예컨대 5년간 당비를 납부 해야만 자격을 부여하느냐 혹은 6개월 정도 당비를 납부하면 자격을 얻을 수 있느냐에 따라서 당원의 참여 정도에는 커다란 차이를 보일 것이다.

  또한 공직 후보 선출이 다단계의 과정을 밟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중앙당에서 예비 후보들 가운데 일부를 선별하는 권한을 갖고 있어서 중앙당에서 골라낸 이들만을 대상으로 당원들이 후보를 선출하는 경우라면 당원의 참여 폭은 다소 제한될 수 있다.

  이 경우라면  연속선상에서 당원에 의한 선출의 맨 오른쪽 극단의 지점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공직 후보 선출 절차가 유권자 모두에게 개방되어 있는 경우는 미국의 예비선거, 특히 개방형 예비선거 (open primary)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당의 공직 후보 선출에 특정한 자격 요건을 부여하지 않고 일반 유권자 모두에게 참여를 허용한다는 점에서 가장 개방성이 높은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당의 단합이나 기율의 측면에서 본다면 당에 대한 기여나 충성심이 없어도 공직 후보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다.

  당 대표의 선출만을 두고 보자면 이러한 다섯 가지 선출 방식 이외에도 의회 내 코커스 (parliamentary caucus)나 당내 선거인단 (electoral college)에 의한 방식을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의회 내의 코커스 (parliamentary caucus)에 의한 방식은 정당 소속의 의원들만이 참여하여 정당 지도자를 선출하는 방식을 말한다.  즉 의원들의 투표로 당수를 선출하는 형태로 과거 영국 노동당과 최근까지 영국 보수당이 이러한 방식으로 당수를 선출해 왔다.  이 방식은 당수나 비선출직 당 기구에 의한 선출 방식보다는 다소 참여의 폭이 확대된 형태이지만 당수 선출이 여전히 정당 엘리트들에게만 제한되어 있다는 문제점을 갖는다.  

 

 한편, 당내 선거인단 (electoral college)에 의한 선출 방식은 정당 내의 당수 선출이 당내의 주요 집단을 대표하는 선거인단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를 말한다. 예컨대 영국 노동당의 경우처럼 의원 1/3, 노조 1/3, 일반 당원 1/3의 비율로 당수 선거에 참여하는 형태를 말한다.  따라서 의회 내 코커스에 비해서는 참여의 폭이 늘어났지만, 전체 당원의 수에 비해서는 참여의 폭이 제한되어 있으며, 무엇보다 당원의 수와 무관하게 각 집단별로 결정의 권한이 배분되어 있어서 비례성이나 1인 1표제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당내 선거인단에 의한 선출은 선출직 당 기구에 의한 방식보다는 참여의 범위가 확대된 방식이지만 당원의 참여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당원들이 모두 참여하는 방식에 비해서는 개방성의 정도가 낮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2) 선출의 개방성

  공직 후보 선출의 개방성과 관련하여 고려해 볼 수 있는 두 번째 특성은 출마자의 자격에 대한 것이다. 시민 누구나 당의 공직 후보로 출마할 수 있다면 가장 개방적 방식이 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가 여기에 가장 가까운 사례가 될 수 있다.  이에 비해 당원들만이 후보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 조건을 부여하였다면 다소 폐쇄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당원 조건에 추가적인 제약 조건을 부가하게 된다면 당의 공직 후보로 출마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인물의 수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  아래에는 벨기에 사회당의 후보 자격 요건을 예시하였는데 이를 보면 이러한 부가적 조건을 충족하는 일이 그리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Raht and Hazan. 2001, 'Candidate Selection Methods, p. 301.


① 예비선거 이전 최소한 5년간 당원이어야 한다.
② 사회주의자 조합(Socialist co-op)으로부터 매년 최소한의 구매를 하여야 한다.
③ 당보(黨報)를 정기적으로 구독하여야 한다.
④ 자녀들을 카톨릭계가 아닌 공립학교에 보내야 한다.
⑤ 부인과 자녀들이 해당되는 당의 여성 및 청년 조직에 가입하여야 한다.

  따라서 정당의 공직 후보 선출의 민주화와 개방화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선출인단의 성격뿐만 아니라 출마자에 대한 자격 요건도 중요한 변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엄격한 자격요건은 선거 때마다 이 정당 저 정당으로 옮겨 다닐 수 있는 우리의 정치 환경과 비교할 때 매우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

 

(3) 상향식 공천과 한국 정당

  과거 우리나라 정당의 공직 후보 선출 절차가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이었던 까닭은 정당의 창당과 운영이 특정 정치지도자 개인에 전적으로 의존한 까닭이었지만 이와 동시에 우리나라 정당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실질적인 당원이 없이, 선거를 앞두고 동원에 의존하는 조직적 특성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의 정당은, 자유당, 민주공화당, 민정당 등과 같이 대통령 개인이 통치의 필요에 의해 하향식으로 ‘제조한’ 정당이거나 민주화 이후의 주요 정당들처럼 특정 정치인의 집권을 위한 정치적 도구에 불과했다.

  정치개혁이 논의되면서 ‘당원이 없는 대중정당’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논의되는 방식 가운데 하나는 일반 국민들이 참여하는 미국의 예비선거 방식이다.  실질적인 의미에서 소위 ‘진성 당원’이 없는 현실에서 일반 국민들에게 최종적인 선택권을 부여하려는 시도는 논리적으로 당연한 귀결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지난해 돌풍을 몰고 온 새천년민주당의 국민참여경선이, 그에 대한 다양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 커다란 주목을 받았고 민주적 공천을 위한 신선한 대안으로 받아들여졌던 것도 예비선거형 공천 방식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까닭이라고 생각된다.  이 방식의 도입은 앞의 <그림 1>에서 살펴본다면 우리나라 정당의 공천 방식은 왼쪽 극단에서 이제 오른쪽 극단으로 한꺼번에 이동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극에서 극으로의 이동인 셈이다.

 

  그런데 예비선거제 방식 역시 적지 않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우선, 현직의 유리함이다.  예컨대, 예비선거 방식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후 미국 선거에서 의원들의 재선율은 대단히 높아졌다. 이를 현직효과 (incumbency effect)라고 하는데, 미국에서 현역 의원들이 예비선거에서 탈락하는 경우는 거의 드문 일이며 본 선거에서도 90 퍼센트 이상 재선된다. 이로 인해 임기 제한의 논의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에서 예비선거 도입 후 현직의 재선율이 높아진 까닭은 참여의 폭이 일반 유권자에게까지 확대되면서 정당보다 후보자 개인이 중요한 변수가 되어 정책이나 이념보다 용모, 성격, 선거운동 등이 보다 중요하게 작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역 의원은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높고 자금 모금에서도 유리할 뿐만 아니라 지역구 관련 사업의 유치 등으로 인해 도전자들에 비해 유리한 입장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예비선거의 전면 도입은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 유권자에게까지 확대되었다고 해도 지금과 같이 정치적 불신이 높고 정당에 대한 참여가 낮은 우리의 정치문화를 고려할 때, 정당의 공천을 위한 예비선거에의 참여는 인위적 동원의 결과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바로 기존 조직 관리 및 자금의 문제로 귀결되게 된다.  지구당 조직을 장악한 (그리고 자금 동원 능력을 갖춘) 후보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놓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현직 의원들의 재선 가능성을 그만큼 더 높이게 만들 수 있으며 새로운 정치세력이나 신인 정치인들의 진입은 어렵게 될 것이다.

 

 그런 경우가 아니더라도 자질과 능력을 검증받지 못한 해당 지역에 기반을 둔 재력 있는 후보자 (소위 재력을 갖춘 지방 토호)의 등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또 한 가지는 정당의 공직 후보 선출 과정에 일반 유권자의 참여에 크게 의존하게 되면,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도 확인되고 있는 것처럼, 정당의 결속과 기율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경선에서 투표권을 갖는 이들이 일정한 이념적 동질성을 갖는 당원이어야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쟁은 보다 후보자 개인 중심의 선거운동 (candidate-centered campaign)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고 정당의 결속이나 기율은 그만큼 약해질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은 특히 정당간 이념적, 정책적 정체성이 약하고 자발적인 당원을 거의 갖지 못한 상황에서 당의 공직후보 선출절차를 개방화, 민주화해야 하는 우리 정당들의 경우에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는 아래로부터의 자발적 참여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림 1>에서 본다면, 선출직 당기구, 비선출직 당 기구, 당수 등에 의한 선출이 불가피하지만, 분명한 개혁을 원하는 국민들의 강한 염원으로 인해 참여의 폭이 대폭 확대되어야 한다는, 사실상 상충되는 두 가지 현실적인 요구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이를 위한 대안적 방안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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