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책위 공식 논평 및 보도자료입니다.
3. 대안
(1) 중앙당의 개입과 제한적 예비선거
따라서 현재의 상황에서 후보 선출의 전권을 유권자들에게 공개하여 미국형 예비선거의 방식으로 치르는 것은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 예비선거와 같은 전면적인 상향식 공천 방식의 도입보다는 중앙당에서 당의 공직 후보 선출과정에 일정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한 방식이 될 것이다. 예컨대 다음과 같이 중앙당과 지구당이 선출의 권한을 나누는 2단계 방식의 공천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
* 1 단계 [중앙당 수준]
① 당내 인사들과 당에 가까운 명망 있고 (파벌로부터) 중립적인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당의 공천위원회의 구성한다.
② 당에 대한 충성도와 개혁성, 자질, 능력 등 구체적인 항목을 포함하는 객관적인 공천심사의 기준을 마련한다.
③ 합의된 기준에 따라 후보 지원자들을 평가하고 각 지구당에 2-3인 정도를 추천한다. 그리고 평가 내역은 반드시 공개한다.
* 2 단계 [지구당 수준]
① 중앙당 수준에서 2-3인의 후보자 추천이 결정되기 이전 국민참여선거인단을 모집하고 확정한다.
② 투표 당일 (혹은 1-2일 전) 중앙당에서 추천한 후보들간의 공개 토론회를 선거인단이 참여한 가운데 개최함으로써 그 결과가 선거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한다.
③ 선거 운동의 기간은 가능한 한 최소화한다.
이 방식은 <그림 1>에서 본 대로 후보 선출 방식이 한 극단에서 다른 극단으로 급격히 이동할 때 생겨날 수 있는 문제점을 어느 정도 개선하면서 민주성과 개방성의 원칙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 경선 공정성 확보 위한 당내 제도의 개선
a. 경선 비용의 엄격한 관리
동원을 막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돈에 의해 표를 매수하는 방식을 막는 일이다. 자발적인 당원이 없는 상황에서 상향식으로 후보를 선출해야 하는 모순 때문에 돈은 언제나 동원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되어 왔다. 당 규정에 당내 경선에 대한 선거운동 방식이 아무리 상세하게 규정되어 있더라도 금품에 의한 표의 매수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경선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문제는 현행법상 공직 후보 선출과정에서의 비용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작년 새천년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참여경선에 대해 중앙선관위가 유연한 해석을 내린 점을 감안하여 일정한 금액의 선거비용 상한액을 중앙당에서 정하고 중앙당에 신고한 계좌를 통해 각 후보자들이 자금을 지출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필요하다. 경선 비용의 엄격한 통제 없이는 경선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는 최근 중앙선관위의 정치개혁 의견을 포함한 여러 시민단체의 정치개혁안 (그리고 한나라당 미래연대)에서 제시한 대로 공직 후보 선출 과정에도 후원회를 허용하고 정치자금에 대한 규제를 가해야 한다.
b. 외부 참관인 제도의 도입
내부의 경쟁에 대한 공정성이 의심을 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당내 파벌이나 계보 등의 이해관계에 따라 지지하는 후보자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2명이 중앙당에서 추천되더라도 현실적으로 추천된 2명에 대한 당내 구성원의 선호도는 입장에 따라 각기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념의 결속력이나 제도로서 정당의 지속성이 약한 한국 정당에서는 당내 계파들간의 이해관계가 공천 과정에서 매우 첨예하게 대립되기 쉽고, 따라서 중앙당에서 추천한 2-3인에 대해서도 ‘누가 되어도 괜찮다’는 식으로 팔짱끼고 바라보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그러한 갈등이 당권파와 비당권파 등으로 갈리게 되는 경우에는 더더욱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당내 경선이 정당의 제도와 규정에 따라 공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외부의 기관이나 인사에게 정당 경선 과정을 감시, 감독하고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 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선거관리위원회나 시민단체, 학계, 언론계로부터 참관인들을 선출하여 중립적인 입장에서 선거과정의 공정성을 감시, 감독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 선출과정이 아니라 국회의원 후보 공천 과정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완전히 의탁하려는 것은 (충분한 인력의 확보라든지 선거 후 공정관리의 책임 문제 등으로) 현실적으로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며 정당의 내부 행사를 지나치게 국가에 의존하려한다는 점에서 원론적으로도 바람직한 방안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c. 현역 지구당 위원장의 프리미엄 철폐
정당에 자발적 참여자가 사실상 거의 없는 우리 현실을 감안할 때 지구당의 당직자들의 거의 대다수는 현 지구당 위원장과의 ‘특별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현역 지구당 위원장이나 현 지구당 위원장의 측근이 후보로 나서는 경우에 기존 지구당 당직자들에게 당연직 투표인단으로 배정하는 방식은 다른 도전자들에게는 매우 불공평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형식 논리상 지구당 당직자가 당의 공천 과정에 당연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는 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우리나라 정당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소위 진성 당원이 거의 없고, 지구당 조직이 지구당 위원장의 개인 선거운동 조직으로 기능해 온 점을 감안할 때 그 구성이 지구당 위원장과의 개인적 관계에 기반한 조직구성이므로 이들에 대한 당연직 투표인단 배정은 철폐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최근 한나라당 경선에서 정치인 2세의 당선과 관련된 논란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의 구도하에서는 지구당 위원장과 관계가 있는 (혹은 지구당 위원장이 지지하는) 인물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놓이게 되고 새로운 인물의 등장도 그만큼 어렵게 된다.
d. 경선 불복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불공정 공천 선거의 무효화
(사실상 돈에 의해) 동원된 투표인단에 의한 선거 운동 방식은 관행적이라 할지라도 그 자체가 불법적인 성격을 갖기 때문에, 경선에서 진 패자가 언제나 선거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실제로 그런 명분을 내걸고 정당의 당내 경선에서 패배하면 곧바로 탈당하고 무소속 후보나 심지어 다른 정당의 후보로 선거에 출마하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그러나 경쟁의 결과가 경쟁에 참여한 이들에 의해 수용되지 않는 경선은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 경선 불복자에 대해 선거에서 손해를 주도록 하기 위한 방안을 몇 가지 생각해 보면,
① 경선에 참여할 때 결정을 승복하겠다는 서약서를, 국민참여경선참여자 등을 모으기 위한 광고 등을 낼 때, 인터넷이나 지방 신문에 공개하도록하여 지역 유권자 모두에게 그 사실을 알린다.
② (현행법상에 문제가 없다면) 불복한 경우를 대비한 예치금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국회의원 후보 등록일까지 당에서 보관하고 있다가 등록일 이후 경선에서 패배한 후보에게 되돌려주는 방식이다. 불복하고 탈당하면 그 비용은 승리한 후보의 선거운동 비용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③ 경선 과정에서 불공정이나 불법행위에 대한 이의가 제기될 수 있으므로 당내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기구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사법부에서의 재판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이지 않으며 정당 내의 문제는 정당 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이러한 당내의 최종 판결을 위한 기구 구성은 공천 경쟁 후보들이 모두 수긍할 수 있는 인사들, 당에 가까운 외부 인사들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되며, 경쟁에 참여하는 이들에게 이 기구의 판정에 승복하겠다는 서약을 미리 받아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④ 경선과정에 심각한 부정이 행해졌거나 불공정 행위가 발견되었을 경우에는 기존 경선 결과를 무효화하고 재선거를 치르거나 부정행위를 저지른 후보에게 재선거 참여를 금하는 등의 제재를 가해야 한다.
e. 인터넷 및 우편투표의 도입에 대한 검토
기존의 상향식 지구당 공천 방식이 많은 물의를 일으키는 까닭은 자발적 참여가 없이 (사실상 돈에 의한) 동원 방식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어떤 후보에게 우호적인 선거인이 투표에 불참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직책의 역할이 중요시되고 그만큼 소요되는 비용도 커지게 될 수 있다.
또한 일부 유권자들은 정당의 후보 선출에 커다란 관심을 갖더라도 정당 행사 참여하는 것에 대한 일반인들의 부정적인 시각을 꺼려하여 선거인단으로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생겨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많은 유권자들이 편안하게 정당의 선거인단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투표소의 현장에 나오지 않더라도 인터넷 투표나 우편투표를 통해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이 방식은 상대적으로 정치적 무관심이 큰 젊은 유권자들의 참여 제고를 위해서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f. 지구당 개혁과 진성 당원 확보의 기회로 삼아야
각 당에서 추진 중인 상향식 공천 시도가 우리 정당 정치에서 갖는 의미는, 지금은 비록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정당 민주화와 새로운 정치를 위한 밑거름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현재 논의 중인 일반 유권자들의 참여를 전제로 한 상향식 공천이 정당의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행사가 각 정당의 지구당 조직을 민주적으로 개혁하고 또한 진성 당원을 확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년 초의 국회의원 선거를 위한 후보자 선출에만 급급하지 말고, 지구당이 특정인의 선거운동 전위 조직이 아니라 지역 당원의 자발적 참여 조직으로 바꿀 수 있기 위한 방안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예컨대 지구당 위원장과 공직 후보의 분리 문제, 인터넷을 통한 지구당 관리 방식의 도입, 당원 및 당비 확보를 위한 각종 유인책의 마련 등에 대한 논의가 보다 구체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