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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의원 정책관련자료] 위대한 실패, 우연한 성공
작성일 2003-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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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한 실패, 우연한 성공

                           

                           국회의원 이 상 희 (한국우주소년단 총재)

 

 

중국이 유인 우주선을 발사하던 10.15일, 후진타오 주석 등 국가지도부가 위성발사센터로 총집결하여 자축하던 아침에 우리나라는 ‘대통령의 재신임’문제가 거론되며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는 갑론을박이 시작되었다.

유인우주선이 지구를 14바퀴 돌며 중국의 위상을 한껏 과시할 동안 13억 중국인들은 터질 듯한 자긍심으로 뭉쳐있었던 것과 달리, 우리 국민들은 철지난 대선자금 뉴스를 들으면서 지도력 없는 국가의 유권자가 되어 자존심마저 구기고 있었다.


          반세기동안 2조6천억을 투자한 중국의 일관된 뒷받침

실속 있게 과교흥국(科敎興國)하는 중국과 껍데기로 민주흥국(民主興國)하는 한국의 현실이 ‘선저우(神舟)5호’라는 유인 우주선 발사 하나에 응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이 거의 반세기동안 2조6천억을 투자해 왔던 인공위성 개발사업이 마침내 우주를 향해 비상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들의 원대한 국가적 목표와 함께 일관된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계가 놀랄 정도의 수차례 혁명적인 변신을 통해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최고위 지도부 거의 전부가 이공계출신으로 교체되며 국가프로젝트를 위해 힘을 한데 모았다는 교훈을 상기시키고 싶다.

        

          교신에 실패한 연구원들에게 한국은 범국민적인 비난

반면에 지난 9.27일 지상 690km 궤도로 쏘아올린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위성 1호가 지상의 인공위성 센터와 10차례나 교신에 실패하자, 초조한 연구원들에게 격려대신 범국민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개발에 참가한 30여명의 연구원들은 과학위성의 앞날을 걱정하기보다는, 5년간의 개발비 117억원과 연구 성과를 날려버릴 지도 모른다는 부담감에 그들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무정한 과학위성으로부터 56시간 만에 첫 교신을 받았을 때 그 기분은, 수년간 짝사랑해 오던 대상으로부터 비로소 인정을 받는 순간의 첫 키스처럼 달콤해야 했다. 하지만 11차례 만에 침묵을 깨고 교신에 성공한 과학자들이 느낀 것은 형언할 수 없는 허탈감이었을 것이다.


대덕연구단지가 들어선 게 올해로 어언 30주년이 되지만, 초소형 실험위성인 우리별 1호를 쏘아올린 지는 이제 겨우 10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실패할 지도 모른다는 부담 속에 수많은 밤을 세워야하는 과학자들의 삶과 미래를 국가가 보듬어 안지 않고서야 어찌 한국산 무인우주선인들 상상이나 해보랴.


열악한 연구 환경과 예전 같지 않은 주위의 눈길과 신분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일하는 이공계출신 젊은이들에게 사명감과 보람만으로 제자리를 지켜 달라고 한다면 너무 세상물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최초 우주선이 된 공군중령 ‘양리 웨이’는 이미 국민적 영웅이 되어있다. 그 영웅을 탄생시킨 저력이 중국경제력이었고 그 경제력의 저변이 바로 이공계의 위상이었음을 강조하고 싶다.

‘과학의 발전’이란 말은 위대한 실패의 연속 끝에 나타난 우연한 성공을 가리키는 다른 표현이고, ‘이공계기피’ 현상은 우연한 성공조차 불가능하게 만드는 망국적인 고질병인 셈이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이공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애정 어린 눈빛에 달려있다. 이공계를 지원하는 젊은이들과 현직의 과학기술인들이 긍지를 찾게 되어야만 비로소 ‘한국형 유인우주선’ 개발계획이라도 세울 상상이나마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공교롭게도 유인우주선 발사가 성공하자 중국의 국가신용등급도 한 단계 상승했다. 중국은 우주강국으로 도약하는데 한국은 과거의 성장에 안주하다가 희망 없는 과거를 찾아 가고 있다는 느낌을 쉬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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