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변인 공식 논평 및 보도자료입니다.
“결코 쌈짓돈이 아닙니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미래대응기금을 두고 이렇게 공언한 것은 지난 9월 8일입니다. 꼭 21일 뒤인 9월 29일, 이재명 대통령은 내년 설·추석 명절 농축산물 할인 지원을 1조 원 가까이로 늘리자며 “미래대응기금으로 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결코’라는 말의 유통기한이 이 정부에서는 21일이었습니다.
국민의힘은 ‘쌈짓돈’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이미 경고했습니다. 그 경고가 기우가 아니었음을 대통령이 직접 확인시켜 줬습니다.
정부는 당초 이 기금을 “3~4년의 시계”로 효과를 거둘 사업에 쓰겠다며, 한번 설정되면 계속 들어가는 복지성 지출은 일반회계에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이미 내년 예산안에 명절 할인 예산 1,600억 원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늘릴 필요가 있다면 국회 예산 심사를 거치면 될 일입니다.
액수가 문제가 아닙니다. ‘양극화 완화’라는 명분으로 명절 할인까지 담을 수 있다면 못 담을 것이 없습니다. 게다가 기금으로도, 예산으로도 된다는 식의 대통령 발언은 이 기금에 원칙 자체가 없다는 방증입니다. 이름만 ‘미래대응’일 뿐, 원칙 없이 열어 둔 곳간은 자칫 대통령의 ‘쌈짓돈’이 될 수 있습니다.
기원전 483년, 아테네는 라우리온 은광에서 횡재를 얻었습니다. 당시 아테네에는 초과 수입을 시민에게 나눠 주는 관행이 있었습니다. 민회에 분배안이 올라왔지만 아테네인들은 이를 부결시켰고, 그 돈으로 삼단노선 200척을 지었습니다. 3년 뒤 그 함대가 살라미스 해전에서 페르시아 대군을 물리치고 그리스를 구했습니다. 횡재를 나눠 쓰지 않고 미래를 위해 썼기 때문입니다.
반도체가 안겨준 이번 횡재 앞에서 정부는 ‘푸짐한 명절’을 말합니다. 푸짐해지는 것은 정권의 생색이고, 줄어드는 것은 미래 세대의 몫입니다.
재정의 앞뒤도 맞지 않습니다. 올해 국세 수입은 역대 최대인 478조 6천억 원으로 전망되는데, 정부는 내년 국가채무를 106조 원 늘려 1,519조 8천억 원으로 잡았습니다. 기금에는 104조 4천억 원의 여유자금을 쌓아 두면서 말입니다. 국가채무비율이 내려간다지만 분모가 커진 덕이지, 빚이 줄어서가 아닙니다. 세수가 넘칠 때 할 일은 잔치가 아니라 빚 갚기입니다. 호황이 꺾이는 순간 그 청구서는 미래 세대가 떠안게 됩니다.
국민의힘은 요구합니다. 우선, 명절 할인에 기금을 쓰겠다는 구상을 철회하고 일반회계로 국회 심사를 받으십시오. 그리고, 미래 투자 목적 외의 일회성·경상 지출 금지를 법률에 명시하고, 국회 동의 없이 바꿀 수 있는 변경 한도를 대폭 낮추십시오. 기금의 목적 밖 용도는 한도와 무관하게 국회의 사전 의결을 받도록 하십시오. 무엇보다 현행 국가재정법의 초과세수 국채 상환 원칙을 훼손하지 말고, 미래대응기금을 이유로 이를 우회하지 마십시오
정부가 말로 한 약속은 3주를 못 갔습니다. 이 기금이 대통령의 ‘쌈짓돈’이 아니라면, 대통령이 진심으로 ‘모두의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말이 아니라 법과 행동으로 증명하십시오.
2026. 10. 1.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최 보 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