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관광공사 남북관광사업 위기대응체계에 구멍
노정부 당시 NSC 지침에 바탕한 위기대응메뉴얼에 따르면,
남한 관광객 사망해도 가장 낮은 단계의 위기 등급인 관심 단계!
사전 위기 관리 기능도 전혀 없어!
남북관광사업 위기대응이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원회의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경기 용인 수지)에 따르면, 관광공사가 남북 관광사업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제작한 <남북관광사업 위기대응메뉴얼>대로라면 박왕자 씨 피격살인과 같이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군에 의해 사망해도 위기 등급은 가장 낮은 단계인 관심 단계일 뿐, 관광
공사는 정기 모니터링 조치만 하면 되도록 되어 있었다.
<위기대응메뉴얼>은 위기평가를 관심, 주의, 경계, 심각의 4단계로 구분하고 각 단계의 평가
는 ‘발생도 × 심각도’에 의해 산술적으로 계산된 값에 따라 구분된다. 이 경우 전쟁이나 관광객
의 사망 등 매우 심각한 사건이 발생해도 심각도는 5점을 받지만 발생가능성이 매우 낮기에 발
생도에서 1점을 받아 결국 관심 단계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비
록 발생도 또는 심각도가 5점이 나오면 경계단계로 관리한다는 별도 지침이 있지만, 발생빈도
를 곱함으로 인해 결국 발생하기 힘든 심각한 상황에는 제대로 대응할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것
이다.
또한, 사건 사고가 발생 한 이후 적용하는 위기평가에서도 심각성, 시급성, 확대가능성, 전개속
도등 8개의 항목으로 역시 산술적으로 계산된 값으로 평가기준을 적용하게 되어 있지만, 이 역
시도 이번 박왕자 씨 피격 사건과 관련하여 관광공사는 최상의 위기 상황인식이 아닌, 비상대
책본부 구성을 검토하고 이의 가동여부를 결정하는 수준의 조치만 취하면 되었다. 결국 심각
한 위기에 대해 비상대책본부가 꾸려지기도 힘든 구조였다.
아울러, 위기대응 절차에도 문제가 많았다. 매뉴얼에 따르면, 모니터링 → 인지 → 준비 → 대
응 → 정상화/평가의 5단계를 따르고 있는데, 이는 철저히 사후적 관리시스템에 따른 것이다.
한 명이 죽거나, 결정적 사건이 발생해야 위기 대응을 하게 된다. 가령, 모니터링 단계에서 북
핵위기 고조나 북한 내 권력위기, 한미관계 악화 등의 한반도 대내외 정세나 심지어 일반 관광
사업 전개 중이라도 대한민국 관광객에 대한 북한군의 태도 변화 및 감시경계 강화 등과 같은
항목의 일반적인 모니터링 지침, 가이드 라인조차 위기대응매뉴얼에 포함되지 않아 궁극적으
로 사전 위기예측 기능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이는 결국 남북 관광공사 사업이 여타 관광사업과 달리 남북관계 경색에 따라 관광객 사망과
같은 대형 참사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항상 사건 발생 후의 위기 대응, 그것도 매뉴
얼 대로라면 단지 산술적으로 그것도 아주 낮은 값이 도출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매우 안일
하게 상황을 인식하는 위기대응이라는 비판이다.
이처럼 허술한 관광공사의 위기대응메뉴얼은 ‘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사무처
(NSC)의 지침을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더욱 문제 인식이 크다는 지적이다. NSC는 ’06년에 <
공공기관 위기관리 지침>을 모든 공공기관에 하달하며 위기평가를 관심, 주의, 경계, 심각의 4
단계로 구분하도록 한 바 있다. 이에 관광공사 역시 NSC의 지침대로 위기대응메뉴얼을 제작
했고, 이 매뉴얼에 따라 박왕자 씨 피살사건도 처리되었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선교 의원은 “전 정부에서 만든 위기대응메뉴얼은 사전 위기관리, 사후 위기 평
가 및 대처 등 전반적으로 문제가 많다. 이런 위기대응메뉴얼로는 제2, 제3의 박왕자 씨가 발생
할 수밖에 없으며, 위기평가에 의한 등급도 최하 수준이다. 만약 노무현 정부 시절 NSC가 모
호한 기준으로 남북관광사업 활성화, 남북교류에만 매몰되어 정작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국
가 안보를 수호한다는 측면을 간과해 위기대응 수준을 제한하였다면, 이번 기회에 근본적으로
사전 위기 인식에 관한 제반 항목 기준 설정과 위기평가, 대응에 이르기까지 근본적으로 대수
술 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